비정한 게임중독자 아빠? 문제는 ‘언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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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014.04.16 08:49
레벨 5 이카루스 ( Lv. 5 )
비정한 게임중독자 아빠? 문제는 ‘언론’이야

4월14일 오전 안타까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세상에 나온 지 28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아이를 돌보지 않은 이 아비에게 살인죄를 묻기 위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14일 오전 포털사이트에 나온 뉴스 제목은 다음과 같다.

- ‘<’게임중독’ 父, 생후 28개월 아들 방치 ‘엽기 살인’>(종합)’ – 연합뉴스-
- ‘“PC방 돌며 게임하느라, 2살 아들 방치, 숨지게한 20대 아버지”’ – 경향신문
- ‘세상이 왜 이러나요…‘게임 중독’ 父, 숨진 아들 베란다 방치, 쓰레기봉투에…’ – 국민일보

수십여개 언론사가 사건을 다뤘다. 헌데, 제목이 좀 이상하다. ‘게임’이 크게 부각돼 있다.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국민일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이 사건을 다루며, 게임을 핵심 소재로 내세우고 있다. 마치 게임 때문에 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말이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대구 동부경찰서가 발표하길, 아내와 별거 중인 이 못난 아비는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전전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에 한 번씩 집에 들렀을 뿐 또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외출했고, 경찰은 그 사이 아이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게임이 문제? 아니올시다!!

사실, 악역은 게임이 맡지 않아도 좋다.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사회의 악역을 담당할 수 있다. 게임은 그저 이런 올가미에 ‘재수 없게’ 걸려들었을 뿐이다. 게임 이전에는 만화책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일본문화’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팝송이 있었다. 게임은 팝송과 만화책의 적자요, 후예일 뿐이다.

게임으로 시작한 얘기가 저널리즘이라는 거대한 담론까지 이어지긴 했지만, 이건 꽤 심각한 문제다. 두 가지 관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잘못된 언론의 시각 때문에 사회가 지출하는 비용이 적잖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청소년의 권리를 박탈하는 법안이 당당히 법으로 명시된 것이다. 2013년 봄에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이른바 ‘게임 중독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셧다운제와 게임 중독법으로 얼마나 많은 청소년과 게임 개발자, 학부모, 게이머가 고통받아 왔나. 숱하게 열린 토론회와 세미나는 또 어떤가. 이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이들의 날 선 대립도 끊이지 않았다. 사회를 구성하는 에너지의 일부가 낭비된 셈이다. 규제가 더해진 바람에 게임 개발업체와 게이머가 지불한 비용도 만만찮다.

다른 하나는 사건을 근본을 고치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처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12년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돌이켜보자. 언론은 학생을 괴롭히던 또래가 게임을 강제로 시켰다는 증언에 특히 집중했다. 이 같은 보도가 연일 이어지자 급기야 학교폭력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는 여론까지 일어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게임 쿨링오프제’라는 또 다른 규제 카드를 슬쩍 꺼내들기도 했다.

게임과 관련은 적지만, 지난 2013년 발생한 용인시 모텔 살인사건도 똑같은 맥락이다. 언론의 보도는 용의자가 영화 ‘호스텔’을 봤다는 점을 부각했다. ‘호스텔’이 어떤 영화인지 찾아보려는 이들은 영화의 내용과 용인시 사건을 비교하며 치를 떨었다. 2005년 미국에서 제작된 B급 공포영화일 뿐인 ‘호스텔’은 태평양을 건넌 한국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을 괴롭힌 것은 게임이 아니라 또래집단의 폭력이었다. 잔혹한 수법의 용인시 살인 사건 용의자는 영화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얘기하는 아이들의 ‘게임 중독’ 문제도 근본은 게임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교육에 있다. 대구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게임과 PC방은 수사 과정 중 나온 열쇳말일 뿐이다.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반성해볼 일이다. 게임을 사회의 악으로 만든 것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언론인 것은 아닌지를. 게임을 용의자로 소비하기만 하는 언론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게임의 목에 채워진 길로킨은 앞으로도 쉽사리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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